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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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수일투족 담긴 ‘스마트홈 포렌식’ 현실화될까 [박진영의 뉴스 속 뉴스]

대검 과학수사부 학술지 게재 논문
일반적인 스마트홈 공통 모델 도출
3단계 포렌식 프레임워크 제안해
‘삼성 스마트싱스’ 플랫폼으로 검증
“연구 결과, 스마트홈 수사 활용을”

바야흐로 ‘스마트’, 지능형 시대다. 휴대전화 대신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면 어김없이 스마트란 말이 붙는다. 스마트 시티(도시)나 스마트 팜(농장), 스마트 팩토리(공장)가 대표적이다.

 

스마트 시대, 범죄 수사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각종 가전 기기에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돼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여러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홈’ 데이터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스마트폰, 또 클라우드라 불리는 가상 저장 공간의 서버와 연동돼 개인 정보는 물론 사용자의 기기 조작 등 행위 관련 정보, 즉 일거수일투족이 저장될 수 있어서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뉴스1

머지않아 스마트홈 시스템이 포렌식, 디지털 증거 분석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부장 정진우)가 지난 4월 말 발간한 학술지 ‘법과학의 신동향’ 2023년 5월 통권 제7호의 ‘스마트홈 디지털 수사를 위한 확장성 있는 포렌식 프레임워크’란 연구 논문엔 최신 스마트홈 기기·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중심의 스마트홈 포렌식 방안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아주대 AI융합네트워크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을 밟고 있는 주 저자 김성범씨, 공동 저자인 이인수 대검 디지털포렌식연구소장 등 연구진은 “스마트홈 시스템의 데이터는 용의자를 식별하고 범죄 행위를 증명하는 데 쓰일 수 있다”며 일반적인 스마트홈 공통 모델을 도출해 이를 기반으로 한 포렌식 프레임워크(틀)를 제안했다.

 

연구진이 도출해 낸 스마트홈 공통 모델은 △클라우드 서버 △플랫폼 △서비스 △IoT 기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포함한 IoT 기기 구성 요소로 이뤄졌다. 포렌식 프레임워크는 △스마트폰 앱 기능 분석 기반 데이터 유추 △기기 기반 데이터 식별 △범죄 수사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 식별이란 3단계로 구성됐다.

 

연구진은 집 안에서 일어난 살인, 마약 재배지 화재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시험대로 포렌식 프레임워크를 검증했다.

 

살인 사건 용의자가 동거인 사망 당시 집 밖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상황. 수사관은 알리바이 추적을 위해 로봇 청소기의 예약 설정 시간, 스마트 도어록(전자 잠금 장치) 작동 기록 등을 확인하고, 인공지능(AI) 스피커로 사용자 계정, 연동 기기 목록을 수집해 공범이 있는지 등을 판별한다. 연구진은 스마트 도어록처럼 기기 내부에 저장 장치가 없더라도, 태블릿PC로 기기를 관리했다면 태블릿PC를 알리바이 입증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로 불법 마약 재배지에 불이 난 상황. 주인 A씨는 사라지고 없다. 그의 동료라는 두 사람은 화재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A씨가 IoT 보안 시스템을 설치했다고 말한다. 수사관은 현장에서 열 감지 센서 등 관리 기기로 쓰인 스마트폰, 홈캠 등을 확보해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한편, 화재 발생 시각, A씨 위치 등을 파악한다.

 

연구진은 “향후 스마트홈 포렌식 분야의 기반이 되는 연구”라며 “스마트홈 수사 환경에서 일괄적으로 적용해 활용할 수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