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과학수사의 힘 -피자 한조각에 13년전 범인 잡혀… 연쇄살인범 멸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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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959회 작성일 23-08-0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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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3/08/08/XN2NUZVK7ZCK7OJYPE5F3O2IKE/


미국에서 13년 동안 미제 상태였던 연쇄살인의 유력한 용의자가 지난달 체포된 과정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한때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살인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길고(Gilgo) 해변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된 과정을 보면 과거 연쇄살인범들이 검거를 피하려고 즐겨 쓰던 ‘대포폰(허위 명의 전화)’, 증거인멸, 잠적 등의 기법이 최첨단 과학 수사로 점점 무력화되고 있음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온라인 활동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는 ‘빅브러더’와 비슷한 디지털 현실도 연쇄살인범 멸종의 원인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각) “한때 때때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주도면밀한 연쇄살인 사건이 최근 자취를 감췄다”며 “과학 수사 기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데다 시민들의 안전 의식이 높아지면서 연쇄살인 사건이 쇠퇴기(twilight)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총기 난사 등 무차별 폭력 범죄는 오히려 늘고 있어 범죄가 줄었다기보다 범죄의 양상이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수사 당국은 지난달 ‘길고 해변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렉스 휴어먼을 체포했다. 2010년 뉴욕주 롱아일랜드 사우스쇼어에 있는 길고 해변 일대에서 시신 16구가 발견된 이 사건은 진범을 잡지 못해 장기간 미제로 남았다. 그러다 수사 당국이 지난해 1월 재수사를 시작했고 추적 끝에 그를 맨해튼 사무실에서 지난달 체포했다. 길고 해변 인근에 살면서 맨해튼에서 건축 컨설턴트로 일해온 휴어먼은 일단 여성 세 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추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받고 있으며, 연쇄살인 희생자로 추정되는 여성 시신만 최소 10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혐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건 해결엔 지난 10여 년 사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수사 기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유나바머, 찰스 맨슨 같은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이 활동했던 20세기엔 상상도 못 할 최첨단 기법이 용의자를 찾아냈다. 예를 들어, 휴어먼은 종적을 감추고자 대포폰을 써서 피해자들과 연락했다. 뉴욕경찰은 그러나 피해 여성의 휴대폰에 남은 디지털 증거를 활용해 해당 대포폰 번호의 소유자가 맨해튼에서 (휴어먼의 거주지인)롱아일랜드로 출퇴근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같은 방식으로 여러 피해자가 통화한 대포폰 기록을 추적한 결과 수사 당국은 ‘수상한 집’을 수백 채 정도로 좁힐 수 있었다. NYT는 “기술의 엄청난 발달로 10여 년 전의 위치 기록도 수사 당국은 추적 가능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