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치밀하지 못했던 디지털증거 수집, 가해자 빠져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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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1,895회 작성일 22-08-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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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03168


교제했던 여성 2명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동의 없이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후반 남성이 무죄를 받았다.

사진과 동영상 등을 임의로 제출받거나 압수하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측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아 이에 따라 수집한 증거는 위법해 증거 능력이 없다는 것이 무죄 선고 취지다.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피해 사실을 또 한 번 밝히며 흐느꼈고, 2차 가해 우려까지 제기했다. 가해자는 피고인석에 앉아 촬영과 소지 사실을 시인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 모양새가 됐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재판장 장유진 부장판사, 구본웅·장시원 판사)는 지난 25일 315호 법정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성착취물 소지)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촬영물 소지) 혐의로 기소된 ㅂ(39)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ㅂ 씨는 과거 교제한 피해자 2명에게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신체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을 찍고 동의 없이 소지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검사는 피해자들이 불안해하면서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고려해 피고인에게 징역 5년 등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사진과 동영상 등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라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이 피해자들에게 사진과 동영상이 담긴 이동형 저장 장치(USB)를 제출받고 피고인 거처를 압수수색하는 과정 등에서 피의자 측 참여권 보장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경찰은 피해자에게 USB와 거기에 저장된 파일을 임의 제출 받는 과정에서 피고인을 참여시키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압수한 전자정보 등록을 요구하는 등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피해자 측은 동의하지 않고 촬영·소지된 피해 사진과 동영상 등을 분류하고 복사해 수사기관에 제출하기도 했는데, 피고인과 변호인은 가해 행위를 인정하고도 이 틈을 파고들었다. ㅂ 씨 변호인은 "피해자들이 임의 제출한 사진과 동영상 등은 원본과 사본 사이 동일성과 무결성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증거 능력이 없다"면서 "또 실질적인 피압수자인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임의 제출한 사진과 동영상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디지털 성범죄 판결에서 압수 등 수사 과정이 위법하다고 판단돼 무죄로 이어진 사례는 또 있었다.

자신이 일하던 창원시 한 패스트푸드 매장 남녀공용 직원 탈의실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는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등을 확정받았다.

이 20대는 2019년 6월~2020년 12월 사이 텔레그램 채팅방에 접속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3015개를 내려받아 외장하드에 저장한 혐의(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도 받았지만, 이 공소사실에는 무죄가 확정됐다.

경찰이 수사 도중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대량 발견했으나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고 임의 제출 의사 또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위법한 압수물'로 판단돼 아예 증거로 쓰이지 못했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 때문이다.

/이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