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수완박 입법 무효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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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576회 작성일 23-03-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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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법률신문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입법 과정에서 일부 국민의힘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했지만 법안 통과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법무부와 검찰이 검수완박법 입법을 무효로 해달라며 낸 권한쟁의심판에서는 △법무부장관에 대해서는 당사자 적격이 없다며 각하했고 △검사에 대해서는 당사자 적격은 인정되지만 권한침해 가능성이 없다며 각하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헌법재판관 9명 중 과반수인 5명 이상의 찬성으로 인용 결정할 수 있다. 


◇ 국회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등 간의 권한쟁의 사건은 = 헌재는 23일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사건(2022헌라2)에서 재판관 5(인용)대 4(기각) 의견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22년 4월 27일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선포한 행위는 청구인(국민의힘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권한침해 확인청구는 재판관 5(기각)대 4(인용)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각 가결선포행위에 관한 ‘무효확인 청구’도 5(기각) 대 4(인용) 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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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장관 등과 국회 간의 권한쟁의 사건 ‘각하’ = 법무부와 검찰도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2022헌라4)을 청구했지만 이날 재판관 5(각하)대 4(인용) 의견으로 각하됐다.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법무부장관에 대해 “법안은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므로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대해서도 “법률개정행위는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며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적법하다”며 “법률개정행위는 검사들의 헌법상 소추권과 수사권, 법무부 장관의 검사에 관한 관장 사무에 대한 권한을 각각 침해했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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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고 후 반응은 = 한동훈(50·27기) 법무부장관은 “법무부장관으로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위헌·위법이지만 유효하다는 결론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검수완박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헌법적 질문에 대해 실질적 답을 듣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4명의 재판관들이 위헌성을 인정해서 검수완박의 필요성을 전적으로 부정한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도 “국회 입법행위 절차에 있어 위헌, 위법성이 있음을 헌재에서 확인해 준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직결된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실질적 본안판단 없이 형식적으로 판단해 5대 4로 각하한 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냈다.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은 같은 날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 적법절차, 절차의 정당성에 비춰 이번 헌재 판단에 대해 유감”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도 “국회 법사위 단계에서 헌법 제49조, 국회법 제57조의2 등을 위반해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하면서도 검수완박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결정이자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법무부장관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 각하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장관이 영장청구권 뿐만 아니라 수사, 공소의 직접적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각하되는 것은 맞다고 본다”며 “다만 검사에 대해 각하한 것은 우선 본안 판단에 들어가서 헌법상 명시된 영장청구권과 수사권, 기소권의 관계 등을 설명한 뒤 기각한다고 결론이 났으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각하한 것은 국민에 대한 설명 의무를 제대로 다하지 않은 점에서 적절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법사위 위장 탈당의 문제는 위헌이라고 인정해 놓고 본회의 통과나 그에 따른 법률의 효력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것은 논리적 모순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러한 논리는 결국 ‘절차는 위헌인데 결과는 괜찮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재판관 의견이 5대 4로 나뉘었다는 점에서 가장 정치적인 결정이었다”며 “결론의 측면에서는 헌법의 기본 틀에 그대로 충실했다고 보고, 종래 2009년 미디어법 부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수사권 및 소추권은 검사의 전유물이 아니고, 우리 헌법이 검사에게 그 권한을 독점하게 하지 않았으며, 국민이 위임한 국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상 삼권분립과 민주주의 원리에 비춰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