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티비즘과 여론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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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1,573회 작성일 21-07-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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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부산제일경제


https://www.busan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252125


주제: 핵티비즘과 댓글조작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한 맞춤형 댓글도 등장 가능,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시민의식 필요)

 

 

지난 21일 대법원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2심 판결을 인용하여 댓글 조작행위에 대해 컴퓨터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은 무죄를 선고하였다. 김 지사 측에서는 무죄를 주장하며 잘못된 판결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댓글작성 프로그램 사용과 텔레그램등을 통해 댓글 조작을 지시한 부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였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드루킹 김경모씨 측은 자동화된 도구를 이용해 댓글을 달고 여론을 호도하였다. 그 결과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핵티비즘과 관련한 이슈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었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순수 시민사회 운동의 한 방법으로 핵티비즘이 활용되었으나 점차 해를 거듭할수록 지능화되고 범죄 도구로 사이버 공간과 IT 기술이 악용되고 있다.

 

핵티비즘해킹이나 많은 사람의 결속을 통해 정치·사회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사이버 공간을 시위 무대로 활용하여 "사이버 연좌시위" 활동을 하는 것으로 1998년 스티븐 레비(Steven Levy)"Hackers:Heroes of the Computer Revolution"라는 책에서 지어낸 신조어다. 해커(Hacker)와 액티비즘(Activism)의 합성어로 사이버 행동주의자들을 핵티비스트라고 표현하고 있다. 핵티비스트들은 정치·사회적 의사 전달 수단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핵티비즘의 방법으로 핵티비스트들은 초기에 댓글달기, 리본달기, 새로고침 버튼 클릭, 항의메일 전송등 순수한 사이버 연좌 시위 형태로 정치, 경제, 사회의 각 분야에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에서 활동하다가 점차 대상 사이트 마비, 홈페이지 해킹등으로 발전하였다.

 

국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1997년 설립된 Electronic Disturbance Theatre(EDT)는 다음해인 1998년 최초의 사이버 연좌시위를 개최했다.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의 반정부 게릴라 단체인 사파티스타 무장 반군이 1998년부터 멕시코 정부의 웹사이트를 해킹하고 컴퓨터 서버에 과부하를 거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1999년 발생한 나토의 유고 공습 과정에서 유고 컴퓨터 전문가들이 나토 공습에 항의, 시간당 2,500건 정도의 전자 우편을 나토의 웹 사이트에 전송하여 시스템을 마비시킨 사례가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초창기에는 순수한 사이버 가상연좌시위로 핵티비즘이 시작되었다. 2000시민사회단체의 주5일 근무제 도입 등 주장 사이버 시위가 전개됐고, 인터넷 내용등급제 반대하기 위한 정통부 홈페이지 온라인시위가 진행됐다. 20009월에는 일본 총리의 독도 영유권 주장 망언에 항의하기 위해 주한 일본대사관과 외교통상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사이버 시위가 일어났었다.

 

이렇듯 초창기에는 순수한 사이버 연좌시위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공격대상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새로 고침버튼을 클릭하므로 대상 사이트를 마비시켜 시위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나 점차 악의적인 범죄로 진화하여 댓글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12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기간 중 국가정보원 심리정보국 소속 요원들이 수작업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을 달아 비방글은 뒤로 가게하고 홍보글은 앞에 오도록 해 국가정보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국정원 댓글 사건이 대표적이다.

 

핵티비즘이라는 가상연좌시위를 민주주의의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하지만, 점차 이런 순수한 본질에서 벗어나 지능화된 범죄도구로서 활용된다는 점과 인터넷 상에서는 소수의 인원이 현실세계에서 수천,수십만 명이 운집하고 활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이를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핵티비즘의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해지고 있으며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악의적인 정치적 공세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 또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드루킹 사건에서 살펴볼 수 있듯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선전 공세를 하는데 핵티비즘이 악용되고 있으며 발전하는 기술에 따라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여론조작의 위협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인터넷 환경과 SNS가 최대로 발달된 현재의 상황에서 조작된 여론과 가짜뉴스의 전달 범위와 속도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렵게 광속으로 전파되어 여론을 호도한다. 또한, 첨단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맞춤형 여론조작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위험 역시 크다.

이는 지유민주주의적 공론의 장을 파괴하는 행위로 정치권의 자성과 함께 조작된 여론과 가짜뉴스, 핵티비즘을 표방한 악성 댓글을 분별할 수 있는 시민의식의 발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