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카드 쓰고 갚을게" 무죄 받은 이 거짓말, 대법이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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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704회 작성일 23-01-0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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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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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주인에게 ‘형식상’ 허락을 받고 넘겨받은 카드를 사용했더라도, 사용 목적 등을 속여 주인에게서 카드 사용권을 넘겨받은 것이라면 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인의 카드를 가져가 대신 결제해 금액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여신전문금융업법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네 카드로 우선 결제, 나중에 갚을게”

 피고인 A는 피해자 B와 지인 관계로, A가 B의 변호사비를 대신 내주기로 한 사이였다. A는 “당신 명의의 신용카드로 성공사례비를 우선 지불한 뒤 카드 대금을 금방 갚아주겠다”며 B의 카드를 빌려갔고, A는 이 카드로 약 한 달 사이 총 23회에 걸쳐 약 3000만원을 결제했다. A는 B에게 허락받은 범위 외의 개인적인 용도로도 카드를 썼고, 결과적으로 카드 대금을 갚지도 못해 사기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A는 3000만원 중 2700만원은 B의 변호사 선임비 결제였다고 항변했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부담할 것처럼 거짓말해 신용카드를 받았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데다 결국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비용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를 기망해 신용카드를 받았고, 사기죄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사설금융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법으로, 1심은 A가 제 70조 제1항 제4호에서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강취‧횡령, 기망·공갈 등으로 취득한 신용‧직불카드를 판매‧사용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네 카드 쓸게' 허락받고 썼으니 무죄→ 대법 "유죄" 

 그러나 2심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가 B에게 ‘변호사 선임비로 잠시만 카드를 쓰고, 나중에 돌려주겠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변호인 선임비를 지불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점을 들어 “카드를 사용한 동기와 경위를 보면, 피해자가 A에게 신용카드 사용 권한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카드 사용대금에 대한 편취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용 권한을 받은 이상 신용카드 사용 자체를 부정사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이 해석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관건은 ‘기망하여 취득한 신용카드’에 대한 해석이다. 대법원은 “(A씨는) 카드 주인을 기망‧공갈해 사실상 처분권을 취득한 경우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거짓말로 취득한 카드 사용권은 무효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