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까지 번진 대장동 수사…대형로펌 압색에 법조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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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677회 작성일 22-12-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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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46654?cds=news_media_pc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로펌을 압수수색하고 변호사를 소환조사한 일로 법조계가 시끄럽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7)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3일 김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태평양 A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A 변호사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14일 그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까지 했다.

그러자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가 발끈했다. 서울변회는 15일 “아직 공판이 진행 중인 사안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져 변론권 위축이 초래되고 비밀유지권이 침해됐다”며 성명을 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도 “압수수색 기사를 보면서 스스로 위축될 정도였다”며 “과잉한 수사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날 중앙지검 관계자는 “진행 중인 공판 관련 서류는 제외하는 등 필요 최소 범위에서 압수수색했다”고 반응했다. 그는 “과잉수사라면 법원이 영장을 내줬겠느냐”며 “적법한 압수수색”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로펌 압수수색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갈등이 본격적으로 촉발된 것은 지난 2016년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탈세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법무법인 율촌을 압수수색한 때였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김앤장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강제징용 사건 지연 의혹과 관련해 일본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을 압수수색한 것이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당시 애경산업의 내부 자료를 찾겠다며 김앤장을 한 차례 더 압수수색했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크게 반발했지만, 이후 대기업 관련 수사에서 대형 로펌이 압수수색 대상에 오르는 것은 하나의 수사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변론권·비밀유지권 침해 논란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고액의 수임료를 지불하고 대형 로펌을 선택하는 건 정보 보안이 확실하다는 믿음 때문인데, 무분별하게 압수수색을 당하면 사건과 관련 없는 의뢰인들도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펌은 최근 포렌식 센터를 두고 자체적으로 디지털 자료를 확보·분석하기 때문에 검찰의 압수수색은 더욱 난감한 일이 됐다. 영장에 적시된 자료만 가져간다지만, 추가 정보를 인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도 “(태평양 압수수색이) 남 일 같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뢰인이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 제공한 정보가 쌓여있는 로펌을 압수수색해 수사를 쉽게 하려는 검찰을 법원도 돕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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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대한변협은 의뢰인-변호사간 비밀유지권 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참여한 250명의 변호사 중 37.7%가 침해 주체로 검찰을 지목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러나 “변호사 사무실이라는 이유로 성역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변론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범죄 행위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변호인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만일 변호인의 비밀유지권을 두텁게 보장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금지하게 되면, 로펌이 피의자가 수사 자료를 은닉하는 비밀금고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체적 진실 발견을 통한 사법정의 실현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 검찰 수사관이 빼돌린 쌍방울 그룹 배임·횡령 의혹 사건 수사의 기밀이 변론을 준비하던 변호사에게 전달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수사팀이 같은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