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기계 제어…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CI 기술, 각국서 상용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741회 작성일 22-12-09 17:44

본문

출처 :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2/12/01/IUGE47IVDVD2XNTFZ7DZDDMU5A/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는 공상과학(SF) 속 이야기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거나 쓸 수 없는 사람들이 이동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바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 Computer Interface)다. BCI 기술이 등장한 초기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하며 세계 각국에서 실제 상용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모자 형태로 만들어 사용자의 편의를 높이거나, 이전보다 더 많은 단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음성 BCI 등이다. 뇌의 신호를 수집하면서도 뇌에 약물을 보내는 양방향으로 작용하는 브레인칩도 개발됐다. 


◇전극 이식 없이 뇌파 수집하는 모자

미국 텍사스대 연구진은 “휠체어를 작동할 수 있는 모자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아이 사이언스’에 최근 밝혔다. 전극을 심지 않아도 사지 마비 환자가 모자를 쓰고 작동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모자에는 전극 31개가 부착됐다. 전극을 붙인 모자는 뇌에서 신호를 수집해 휠체어 뒷면에 있는 컴퓨터로 전송한다. 인공지능(AI)이 받은 신호로 환자의 의도를 해석해 휠체어의 움직임으로 바꾼다. 먼저 연구진은 사지 마비가 된 환자 3명에게 휠체어를 작동하는 방법을 교육했다. 예컨대 두 팔을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두 다리의 움직임을 상상하면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3명의 환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훈련을 60회 수행했다.

그 결과 1번 환자는 처음 10회의 훈련에서는 정확도가 37%였지만 마지막 10회의 훈련에서는 87%로 정확도가 올랐다. 3번 환자는 정확도가 67%에서 91%로 향상됐다. 다만 2번 환자는 훈련 기간 정확도가 67%로 일정했다. 이후 의자와 침대, 칸막이로 꾸민 방에서 실제 테스트가 진행됐다. 환자들은 4개 지점에서 방향을 바꿔가며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임무를 받았다. 1번 환자는 29회 시도에서 정확도 80%로 4분의 기록을 세웠다. 3번 환자는 11회의 시도에서 평균 20% 성공률로 임무를 마치는 데 7분이 걸렸다. 2번 환자는 정확도는 75%였지만 4개 가운데 3번째 지점까지만 도달했다. 연구진은 “교체하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극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약물 투입·뇌 신호 측정 동시 가능 칩

사용자의 편의성과 더불어 BCI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UC버클리와 UCSF 연구진은 최근 1152개 단어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돕는 BCI를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앞서 연구진은 전극으로 뇌 신호를 수집해 50개의 단어로 문장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때 환자는 목소리를 내야 했는데, 이번 연구는 기존보다 더 조용한 목소리로도 작동한다. 정확도는 94%로 분당 29자의 속도로 문장을 만들어냈다. 9000개 단어로는 92% 정확도를 유지했다. 연구진은 “음성 BCI로 높은 정확도와 많은 어휘로 의사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환자가 사용할 날이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고려대 의대 조일주 교수 연구진은 생쥐의 뇌를 제어하면서 동시에 뇌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칩을 개발했다. 0.1㎜ 크기의 브레인칩에 연결된 외부 펌프로 약물을 뇌에 주입한 뒤 약물에 반응하는 뇌 신호를 측정하는 것이다. 무게도 4.6g으로 가벼워 생쥐의 행동에 제약을 주지 않고, 블루투스 무선통신으로 여러 마리 동물의 뇌에 동시에 약물 투여, 뇌 신호 읽기가 가능하다. 실제로 연구진은 생쥐의 뇌에 다양한 약물을 투여해 실시간으로 반복 행동을 유도하거나 식욕 억제가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변화하는 뇌 신호도 포착했다. 조일주 교수는 “뇌 질환 치료제 개발에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