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없는 주말, 개운하고 해방감”… ‘카카오 사태’에 직장인들은 ‘디지털 디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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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610회 작성일 22-10-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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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비즈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0847887?cds=news_media_pc



10시간 넘은 카카오톡 먹통에 직장인들 “주말에 업무 연락 안 와서 해방감 느꼈다”
”세상이 멈춘 듯했지만 오히려 개운해”
전문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에 종속된 삶… 의존도 조절하려는 노력 필요”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관련 서비스 등이 멈추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전자기기로부터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디지털 디톡스’란 전자기기에서 멀어져 기계가 주는 각종 자극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카카오톡 없이 보내는 주말이 오히려 여유롭고 좋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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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카카오 데이터센터 입주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PC용 카카오톡의 오류 안내문./뉴스1
광화문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26)씨는 평소 카카오톡으로 회사와 거래처 등에서 업무 관련된 연락을 많이 받는다. 주말에도 카카오톡 단체 메신저 방에서 동료들의 업무 이야기가 끊이질 않아 일과 삶을 분리하기 힘들었다. 이씨는 “알람을 꺼놔도 쌓여가는 메시지 수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주말에는 오래간만에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이 먹통이 돼 업무 관련 메시지를 받을 수도, 보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안부를 묻거나 주말에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연락해야 할 때는 전화로 해결했다. 이씨는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이따금 세상과 분리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 발생 직후인 지난 15일 오후 3시30분쯤부터 카카오톡, 다음, 카카오맵, 카카오 계정 등 카카오 관련 서비스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카카오톡의 기본적인 메시지 송수신 기능은 복구 작업 진행 후 약 10시간 만에 정상화됐다. 그러나 사진이나 파일 보내기 등 부가적인 기능은 16일까지도 복구되지 않았다.

카카오 먹통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했다는 사람은 이씨 뿐이 아니다. 앞으로 주말에는 아예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워놔도 괜찮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김연지(28)씨는 카카오톡이 멈추자 주말을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쓰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카카오톡이 먹통이라는 핑계를 대고 주말에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카카오페이, 카카오택시 등 관련 서비스가 멈춰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혼자 산책하고 근처 카페에서 책도 읽으며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휴일에는 앱을 지워놔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이용자 개개인이 온라인에 지나치게 종속돼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성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현대인들이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완전히 벗어나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그러나 개인의 플랫폼 의존도를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곽 교수는 “이번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세상과 단절돼 불안함을 느꼈던 사례도 있고, 오히려 해방감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다. 양쪽 모두 우리가 카카오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카카오 관련 서비스들은 생활 전반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 아예 이용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 본인이 건강하게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